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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1

남산의 부장들(줄거리, 스포X, 10.26 사태)

by 혜바라기들 2023. 2. 21.

 

1. 그날의 총성, 흔들린 충성

10.26 사건이 발생하기 40일 전, 한국 정부가 미국 하원에 대규모 로비를 제공한 "코리아게이트 사건"을 프레이저 청문회에서 박용각(곽도원)이 진술하고 있습니다. 박용각은 박통의 2인자로서 전 중앙정보부장이며, 박통의 3선 개헌을 위해 온갖 궂은일을 했지만 결국 박통에게 버려지게 되면서 박통의 통치와 관련된 부정부패, 장기 집권을 위한 여러 치부와 스위스 비밀계좌에 관한 내용을 회고록에 작성하고 있었고, 이 사실은 김 부장(이병헌)이 박통에게 보고합니다. 이에 분노한 박통은 김 부장에게 해결방안을 제시했고, 박통의 정권 집권 당시 혁명을 같이한 동지였던 김 부장은 미국으로 직접 가서 회고록을 회수해오겠다고 합니다. 워싱턴에 도착한 김 부장은 박용각을 만나 회고록 반납 후 박통에게 용서를 빌라며 설득합니다. 박용각은 링컨기념관에서 "각하는 2인자를 살려두지 않는다, 그리고 스위스 비밀계좌는 중앙정보부가 아닌 최측근의 제3자가 관리하고 있다"라며 김규평을 설득하고, 이는 내내 김 부장이 마음에 담아두는 계기가 됩니다. 박통이 정말 자신을 혁명의 동지로 생각하는지, 박통의 2인자인지에 대한 의문을 가지면서도 박용각과 친분이 있는 로비스트 데보라 심(김소진)을 포섭합니다. 다음날 박용각은 회고록을 넘겨주고 김 부장은 넘겨받은 회고록을 가지고 한국으로 귀국합니다. 회고록을 본 박통은 김 부장은 술 한잔을 권유하고, 과거 옛이야기를 나누며 김 부장은 안심한 듯 가벼운 미소를 짓습니다. 하지만 자신과 박통의 틈을 비집고 올라오는 곽 실장(이희준)은 영화 내내 김 부장을 무시하고 박통 앞에서 면박을 줍니다. 그리고 국회에서 야당 의원을 위협하는 이른바 '병정놀이'를 하고 박통을 지키겠다는 명목으로 청와대 주변을 탱크로 순회하며 국회와의 관계를 악화시키는 중입니다. 이에 분노한 김 부장은 곽 실장과 몸싸움하기에 이르게 됩니다. 한편, 미국 측에서 박통 집무실에 도청기를 설치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이를 먼저 알아챈 곽 실장은 일을 제대로 못하느냐고 김 부장을 다그치면서 김 부장의 입지가 위태로워집니다. 이 사건에 대해 주한미국대사에 강력히 항의하지만, 사과는 커녕 박통의 자진 하야를 바라는 의사를 표합니다. 설상가상으로 김영삼 야당 총재의 인터뷰와 관련해 국회 제명을 논의하는 중에 보안사령관이 박용각 회고록으로 일본에서 출간한 잡지를 건넵니다. 분명 회고록은 박통에게 전달했지만, 누군가에 의해 유출된 것입니다. 이에 김 부장의 신뢰는 바닥을 치게 됩니다. 그리고 곽 실장의 김 부장을 도청하며 박용각을 제거하려는 계획을 세웠고, 이에 김 부장은 곽 실장보다 먼저 움직여 박용각을 암살하기로 결심합니다. 암살을 위해 데보라 심을 협박해 박용각을 제거해야 하는 상황까지 오면서 사태는 점점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커지게 됩니다. 과연 그들은 자신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 무엇을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그들은 원하는 대로 권력을 유지할 수 있을까요? 

 

 

 

 

2. 10. 26 사태의 발발과 과정

이 영화는 대한민국 현대사의 3, 4공화국을 이끈 박정희 대통령의 10.26 사태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한 영화입니다. 1990년 동아일보에 연재된 동명의 '논픽션'을 바탕으로 만들어 실제와 조금은 다른 점이 있습니다. 영화에서의 김 부장이 김재규 부장, 박통은 박정희 대통령, 곽 실장은 차지철 실장을 가리키는 것 같습니다. 1979년은 대내적으로 유신체제와 부마항쟁, 대외적으로 2차 오일쇼크와 미국과의 불화 심화라는 배경이 있었습니다. 그해 1979년 10월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이 쏜 총탄에 대통령 박정희가 암살당한 사건입니다. 현재까지 그 진상이 정확히 밝혀진 바는 아니지만, 군 수사부의 발표에 따르면 중앙정보부장이 정보업무 수행과정에서 박정희로부터 질책을 받으며 차지철 경호실장에게 면박을 받아 불만이 쌓이던 중 10월 26일 궁정동 중앙정보부 밀실에서 민찬을 할 기회가 생기자 암살하기로 결심하여 실행에 옮겼다고 합니다. 암살 직후 김재규는 대기 중이던 차에 정승화 육군참모총장과 함께 탔고, 남산의 중앙정보부로 갈지 용산의 대한민국 육군본부로 갈지 우왕좌왕하고 있을 때 육군참모총장이 군병력이 있는 육군본부로 가자 하였고 그렇게 육군본부로 간 김재규는 대한민국 역사상 최악의 실책을 했다고 평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으로 보안사령관 전두환은 김재규를 대통령 살해범으로 체포하고 1980년 5월 24일 내란 목적 살인 및 내란 미수죄로 교수형에 처하게 됩니다. 또한 최규하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에 나서게 되었지만 같은 해 12월 전두환이 이끌던 하나회가 군과 국정의 실권이 장악하며 대통령이 바뀌게 됩니다.

 

 

 

 

3. 영화 소개

이 영화는 우민호 감독의 2020년 1월 개봉한 작품으로 내부자들, 마약왕을 거쳐 남산의 부장들을 완성하였으니 욕망의 3부작이라고 합니다. 이 영화에서 박통 역의 배우 이성민은 실제 박정희 대통령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기 위해 많은 몸무게 감량을 하였고, 반대로 배우 이희준은 곽 실장역을 묘사하기 위해 살을 찌우는 등의 노력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누적 관객 4,750,425명으로 영화의 소재와 스토리는 굉장히 좋았으나, 같은 해 발생한 코로나로 인해 손익분기점 달성에는 실패하였습니다. 

영화에 나오는 등장인물 이름은 실제와 매우 비슷한 맥락을 보여 실제 고증을 많이 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남산의 부장은 영화 시작과 동시에 픽션을 가감했다는 자막을 보여주면서 의도적으로 고증의 오류를 냈는데 이는 명예훼손과 모욕죄가 성립될 수 있기 때문에 역사 그대로 영화화하기에는 위험한 측면이 있습니다. 비슷한 영화 그때 그 사람들 개봉 당시에도 군사정권 관련자들의 소송이나 가처분 신청으로 곤욕을 치르기도 했습니다. 또한 박용각이 코리아게이트로 미국 청문회에 참석한 것이 암살 40일 전이라고 소개되지만, 실제로는 박용각(실제 이름 김형욱)은 1977년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 외에도 박용각의 회고록도 실제로는 김형욱이 돈 욕심에 눈이 멀어 몰래 일본 출판사를 통해 출간했으며, 김규평(실제 이름 김재규)은 영화에서처럼 박정희 대통령과 군사 정변에 가담한 사실이 없습니다. 이는 모두 픽션을 가감한 것이므로 실제 사건과 비교를 원하신다면 미리 내용을 찾아보고 관람을 하시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현재 넷플릭스에서 콘텐츠를 제공하는 중이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4. 권력의 초라한 마지막

영화의 박통은 정권 유지를 위해 유능한 부하를 두고 모든 조치를 단행하였으나 결국 유능한 부하의 손에 죽게 됩니다. 그릇된 신념과 잘못된 판단이 결국 초라한 마지막을 만나면서  모든 것은 먼지가 되어 사라지고 남은 건 이름과 옷 한 벌, 그리고 현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평가뿐입니다. 인생의 허망함을 보여주면서도 한편으로는 엄청난 공적을 남기면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많이 고민하게 됩니다. 촬영 기술이나 배우의 열연은 덤이고 우리가 이 영화로부터, 실제 역사로부터 배우고 실천해야 하는 부분이 어떤 것인지를 다시 한번 재조명하게 되는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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